토요일이지만 꾸역꾸역 일어나 블루베리 따러 갔다. 오늘도 킬로그램 당 = 1 뉴달 주는 이벤트를 하기 때문에 놓칠 수 없다. 최저시급보다 조금 더 낫게 받는 나란 닝겐... 이런 날 빡세게 해야 그나마 농장잡하는 의미가 있다. 고멧에 도착했는데 헉;; 핸드폰 집에 두고 왔다. 럴수럴수이럴수가.. 어쩔 수 없지. 핸드폰 없이 피킹에만 집중하는 수밖에(사실 핸드폰 할 여유 따윈 항상 없다. 점심 먹을 때, 집에 갈 때 블리 찾는 용도 정도) 베트남 친구와 12시에 같이 밥 먹기러 했는데... 블리 페이스북으로 메시지 남겨뒀다.
보너스 데이인데... 오전 피킹은 쉽지 않았다. 블루베리 상태는 나쁘지 않았는데 블루베리 나무들 키가 너무 컸다. 트롤리 위에 나무 발판 깔고 올라가도 손을 위로 쭈욱 뻗어야 그나마 딸 수 있는 높이었다. 까치발도 들어야하고. 그 밑엔 뭐 블루베리 있지도 않았다. 이런 로우도 있구나... 거의 따지도 못했다. 그냥 손 닿는 대로 다 긁어모았다. 그린, 레드, 블루가 뒤섞였다. 골라내는데 한참 걸렸다. 나무에 있는 열매 1/3 정도만 딴 것 같다. 그만큼 키가 커서 딸 수가 없었음. 오전 피킹은 망했다. 고멧 이 자식들 이벤트 한다고 이런 꾸진 로우 주는 거 아니야??
다행스럽게도 오후 피킹은 괜찮았다. 꽤나 좋은 편이었다. 점심 이후에 들어간 로우에서는 트레이 4개나 했다. 물론 시간이 꽤나 걸리긴 했지만.. 피킹하면서 트레이 4개를 채운 적은 처음이다. 로우 상태가 다들 그저 그래서 트레이 2개쯤 하면 무게 재야 했기 때문이다. 화장실이 째끔 가고 싶었는데- 그냥 열심히 땄다.
화장실(똥)이 가고 싶었다는... TIM를 적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피킹 하면서 푸세식 화장실.... 똥 싸기 위해선 처음 써봤다. 사람들이 여기서 똥을 안 싸고 싶어하는데..- 시설이 좀 열약하다. 깔끔하진 않다. 보기에도 쫌... 그리고 이동식 화장실이다. (바퀴가 달렸고, 가볍다) 새로운 구역으로 이동할 때마다 화장실을 옮겨가지고 다닌다. 그리고 손 씻는 곳이 화장실 바로 옆에 붙어있다. 물론 손 씻는 곳도 이동식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손 씻겠다고 물 펌프 사용하면(발로 펌프를 꾹꾹 눌러서 작동시킨다) 화장실 포함 전체가 흔들린다.
어쨌든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는데 화장실이 막 흔들렸다. 아.. .. 누군가 손 씻고 있나 보다 생각했다... 뭔가 좀 평소랑 느낌이 다른 것 같다고 느껴졌지만... 뭐 알 수 없었다. 혹시나 해서 여기 사람 있다고 헛기침을 했다. 근데 갑ㅈ가ㅣ... 갑자기 화장실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ㅋㄱㅋㅋㅋㅋ 엉??? 아직 큰 일을 치르고 있는데요??? 푸세식에 쭈그려 앉아서.... 화... 화장실이 덜커덩거리면서 달리다가, 좌회전도 하고, 마구 흔들렸다.. 누군가 사륜 오토바이에 화장실 달고 이동시켰다. 아니ㅋㅋㅋㅋㅋㅋㄱ 어~ 어~~ 소리를 냈지만 사륜 오토바이가 시끄러워서 그런지 잘 안 들리는 것 같았다. ... 다음 구역으로 이동하는 거겠지.. 잠깐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니까 금방 멈출 거야... 너무 민망하니까ㅜㅜ 그리고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고 ㅋㅋㅋㅋㄱㅋㅋㄱㅋㅋ 원래도 안에 사람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장실 이동시키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절대 아니다)
근데 이 무슨; ;;; 한참을 달린다. 그 와중에 나는 닦고 있었다. 아니 푸세식 허접하게 만들어져있는데 화장실 달리니까 이게 똥통에 빠질 것 같은 불안감이 드는 거다. 속도감이 느껴져서 이거 꽈당 넘어지면 조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은 발이 빠지거나- 그런 상상을 하니까 얼른 닦고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 ;; 덜덜 떨리고 덜커덩 거리는 곳에서 쭈그려 앉아...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무언가(?)를 닦아냈다. 다 닦고 살짝 일어서서 밖을 살펴봤는데- 누군가가 사륜 오토바이로 나를(사실은 화장실을) 끌고 가고 있다. ㅇ...아...... . 저 사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는 확신이 들었다.
드디어 멈춤. 내가 내리니까 드라이버가 깜짝 놀랬다. ㅋㅋㄱㅋㅋㅋㅋ 이자 식아 내가 더 놀랬어 임마. 사람 안에 있는지 확인을 해야지 이자식아ㅋㄱㅋㅋㅋㅋㅋㅋㅋ 도대체 여긴 어딘가 싶어 주변을 봤더니 입구 근처 화장실 모아둔 곳 이었다.ㅋㅋㅋㅋㄱㅋㅋ 우리는 어이가 없어서 한참 동안 웃었다. moving toilet... 이라니...... 살면서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화장실에서 큰 일을 치르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 드라이버가 사륜 오토바이에 나를 태워서 다시 피킹 하는 곳으로 데려다줬다. 바람이 시원했다. 그리고 우리는 어이없어서 계속 moving toilet을 외치며 웃었다. 아마 그 녀석도 오늘 썰을 누군가에게 풀거나 떠올리면서 웃고 있을 거다.....
고멧에서 블루베리 피킹할 때 화장실을... 조심해야 한다...
5시가 10분쯤 갑자기 느닷없이 비가 왁 쏟아졌다. 어엇;; 강제 홈타임이다! 홈타임!!! 물론 실제로는 끝나는 시간이 아니었지만 우리는 끝내기로 했다. 정말... 긴 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에..... .. ..
집에 오는 길에 플랫 호스트가 자기 우산으로 우리 씌워줬다. 우산과 비옷도 챙겨 오고... 하여간 정말 꼼꼼한 호스트라니까! 저녁은 김치찌개 해 먹었다. 보너스 받으려고 한 3일간 너무 열심히 했다.... 크흡!!! 내일은 day off다. 늦잠 자고 푹 쉬어야지!
그래서 오늘의 피킹은~~~!
47.8kg. 기본급 외에도 보너스로 47뉴달 더 받겠다. 얏호! 보너스 열심히 모으면 그래도 최저시급 잡 보단 낫겠다. 실력이 늘고 있나??? 지금 갈고닦아서 하이시즌을 노려본다. 곧... 하이시즌이 올 거야... 이대로 블루베리 시즌 끝나버리면 오버; 하이시즌 한번 가즈아~~~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