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시작되는 블루베리 피킹! 고멧엔 7시 10분쯤 도착했당. 몸이 천근만근이다. ㅋㅋㅋㅋㅋ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다니. 피킹 시작한지도 7일차라니... 이젠 일이 좀 익숙해지려나...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출근해서 제일 처음 받는 로우는 좋았던 적이 거의 없다. 알도 작은 편이고... 잘 익은 그린, 레드도 엄청 많고. 심지어 블루베리와 잎이 다 젖어있기 때문에 피킹하기 좀 궃다. 손도 좀 덜 풀려서 속도가 징짜 느리당.. 그래도 따본다... 언젠가 좋은 로우를 만나겠지!
그런데 웬 걸!? 이게 뭐야. 진짜... 진짜.... 다 녹색이다. 처음 여기 로우 배정받았을 때 다섯번 째 기둥에서 출발 지점으로 되돌아가라고 들었다. 수레 끌고 열심히 들어가는데 들어가는 동안도 계속 녹색녹색녹색. 누가 따간 게 아니고 그냥 안 익은 로우였다. 사진 보면 가끔까다 한 두개 익은 블루베리가 있다. 오우... 7일 동안 따면서 이 정도로 녹색녹색한 로우는 처음이다. 사진만 봐도 싱그러움이 느껴진다ㅎㅎ 아이 싱그러워라. 들어가는데 한참, 나오는데 한참 걸렸다. 어쩌겠어 대충 따는 시늉만 하다가 나왔다. ㅋㅋㅋㅋ 거의 뭐 공기 따다 나왔다.
오후엔 꽤나 좋은 로우를 만났다. 나는 세번 째 기둥에서 시작 지점까지 출발 지점까지 따면 됐다. 그래서 세번 째 기둥에서 열심히 따면서 나왔다. 로우도 좋으니까 좋았다. 많이 딸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두 번째 기둥까지 왔을까... 분명 출발 지점 근방에서 따던 어떤 남자가 어느새 두번 째 기둥 근방까지 와서 나한테 얘기하기를 "너는 세번 째 기둥부터 두번 째 기둥까지 따야한다"고 했다. 어 그래?? 근데 그렇게 얘기 안했던 것 같은데... 이렇게 짧게 줄 만큼의 로우도 아니었고, 슈퍼바이저도 그런 얘기 없었는데... 아 내가 놓쳤나보다 싶어서 몰랐다고, 미안하다고, 좋은 하루 보내라며 나왔다. 보통 세번 째 기둥에서 시작 지점까지 땄었으니까 내가 착각했나보다 생각했다.
좋은 로우 였는데....ㅜㅜ 어쨋든 로우에서 나와서 무게를 쟀다. 근데 어떤 분이 다가와서 "저 사람이 무슨 얘기했냐? 너 끝났다고 했냐? 블라블라~" 물어봤다. 다 이해하진 못 했지만... 두 번째 기둥에서 사실상 나가야했으니까 그렇다고 했다. 그리고 새로운 로우에 배정 받았는데- 슈퍼바이저가 나를 불러서 차근차근 설명해줬다. "내가 너를 저기 배정해줬고, 저기는 너의 로우였다. 어떤 피커가 나가라고 하거나 너 끝났다고 얘기하면 자기에게나 혹은 다른 슈퍼바이저에게 얘기해라. 블라블라~" 아... ... 맥락상 나는 세번 째 기둥에서 출발 지점까지 따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쭈욱 따다가 출발 지점에서 시작한 사람 만나면 그만 따고 나오면 되는건데- 출발 지점에서 시작한 남자 놈(나쁜놈ㅠㅠㅠㅠㅠ)이 지가 좋은 로우는 따고 싶고, 자기 속도는 느리고... 그래서 나보고 너는 3~2번째 기둥까지. 자기는 2~출발지점을 따겠다고 한 것 같다. 이미 나는 2번째 기둥까지 도달했기 때문에- 나간 것. 이미 거기서 뭔가 잘못 된거고. 다른 로우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사람이 나와서 나에게 물어보고 슈퍼바이저에게 보고한 것이었다. ㅜㅜㅜㅜㅜㅜㅠㅠㅜㅠㅜㅠㅠ
슈퍼바이저에게 "나는 영어를 잘 못한다... 그래서 내가 뭔가 이야기를 놓쳤거나, 잘못한 줄 알았고. 그 사람이 너 끝났어! 라고 하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나왔다"고 얘기했다.
너무 속상했다ㅠㅠㅠㅠ 사실상 좋은 로우... 눈 뜨고 코 베인 격으로 뺏긴 것. 심지어 그렇게 뺏기고 나서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나에게 무슨 일ㅇㅣ 있었던 건지, 어떤 식으로 처리가 되는건지, 나한테 나쁘게 한 놈은 경고를 받게 되는건지 등등... 나는 명확하게 알고 있는 게 없다ㅠㅠㅜㅜㅜㅜㅜㅜㅜㅠㅠㅠ
내가 영어를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잘 들을 수 있었더라면, 로우 어디에 배정받았는지 확실하게 알았거나.. 나에게 배정된 곳이 생각과 달라서 뭐가 이상한데 싶으면 물어볼 수 있었을 수도 있었을테고... 아니면 엥? 아닌데? 나는 여기 배정받았는데? 확인해봐. 말을 할 수 있었을 수도 있다. 상황이 이해가 안 되면 무슨 일인지 알려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고, 나에게 너 끝났다고 말한 놈은 경고를 받게 되는건지.. 혹은 내가 그걸 요구할 수도 있었을텐데. 슈퍼바이저에게 더 잘 설명할 수도 있었을텐데.
이후 피킹은- 이런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찼고. 너무 억울하고 속상했다. 자유롭게 언어를 쓸 수 없으니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된 것 같았다. 블리도 다른 로우에서 피킹중이었기에-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려웠다. 누가 좀 도와주세요~! 외쳐서 한국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상상도 했다. 진짜 넘나리 속상쓰했다ㅠㅜㅠㅜㅠㅠㅜㅠㅠㅠ
그러는 와중에 반대편에서 누군가 영어로 블루베리 상태 괜찮아?라고 물어봤고... 나는 여기 블루베리 좋아!(라는 대답 외웠었음..)라는 말만 하고 도망쳤다. 흑흑 반대편에서 영어로 물어본 사람은 나와 대화를 하고 싶어서 이야기를 던진 것 이었을테지만... 갑자기 영어로 말하기가 무서워졌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기 때문ㅜㅜ...
결론, 영어공부 열심히 하자.. 이 억울함과 속상함을 원동력 삼아, 지난 번 분노를 원동력 삼아 더 열심히 해야겠다.
오늘의 총 피킹은 34.58. 에고.. 멘탈 나간 상태로 네시반에 퇴근했다.
+ 집에 왔더니 호스트가 맛있게 썬 수박을 내어줬다... 같이 지내면서 우리 쫌 친해졌다. 식재료 나눔 받아올 때 단호박 몇 개 챙겼었는데- 단호박 선물로 줬다. 밤에 자기전에도 굿나잇 인사하고, 호스트가 맛있는 거 만들면 한 입 맛 보여준다. 좀 까탈스럽긴 하지만 우리도 깔끔하게 지내는 편이기 때문에 호스트도 만족하는 듯. 한번은 같이 사는 플랫하우스 메이트들 더티하다고ㅋㅋㄱㅋㅋ 우리한테 욕을 했다. 아이고 성생님 그걸 우리한테 얘기하시면 어떡하나요 ㅋㅋㅋㅋㅋㅋ 호스트도, 호스트와 함께 사는 플랫하우스도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 호스트의 별명은 까탈레나다. 꽤나 까탈스러워서... ㅎㅎ... 이젠 친해지고, 정 들었당.
언젠가 한번 이 플랫에서 지켜야하는 룰을 정리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인가!!!?
(참고로 리스트는 꼭!!꼭!!! 해야하는 리스트)
- 나갈 때 방 창문 닫고, 잠그고 나가기.
- 샤워 후 스퀴즈(squeeze)로 벽 물 닦아내기
- 샤워 후 발매트로 바닥 닦고, 다시 말릴 수 있게 널어놓기.
- 가스레인지 사용 후 가스레인지 싸악 닦기
- 주방 하부장 서랍 살살, 소리 안 나게 조용히 닫기
- 뜨거운 음식 든 그릇은 무조건 냄비 받침 쓰기(마치 한국에서 밥공기 냄비받침, 국공기 냄비받침 하는 느낌?)
- 전기세 때문에 오븐 사용 금지(에어 프라이어기 없음)
- 양말, 팬티 세탁기 사용 금지. 손 빨래 해야함.
- 소파 앉을 때 발 올리기 금지(무좀균 걱정..ㅜㅜ 한국인인 우리에겐... 양반다리가 익숙해서 소파에서 양반다리 했다가 내림)
- 날 밝을 때+어둑어둑 할 때 전등 키지 않기..
- 날 어두워지면 창문 열면 안 됨(모기, 파리 개 싫어함)
- 아침, 저녁으로 샤워하지 않기(2번x 하지만 호스트는 샤워 개 오래함.. 우리 둘이 샤워시간 보다 훨씬 오래 함)
내일은 비가 온당... 하지만 Bonus day! 드디어 나도 보너스를 받아보는 걸까!? 진짜 고멧 이것들 비 오는 날에 보너스 주고....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