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피킹 없는 날. 싸이클론 때문에 네이피어 난리 났다는 얘기를 계속 들었다. 어차피 피킹도 없는 날이고.. 현 상황에서 기후재난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을 주기로 했다.
이번 싸이클론 관련해서 정보를 나눌 수 있도록 페이스북 페이지가 개설되어 있다. Cyclone Hawkes Bay Help. 혹시 헤이스팅스나 네이피어, 헤브록노쓰를 포함한 Hawkes Bay에 머물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리스트 보고 근처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현재(23.02.25) 매일매일 도움이 필요한 내용과 주소가 업데이트되고 있다. 도움을 주려는 사람은 장갑과 장화, 마스크를 챙겨 해당 주소로 방문하면 된다.
나와 블리도 리스트를 보고 한 가정에 방문했는데... 가는 길에 본 동네 집들이.. 정말 다 침수됐다. 주방, 화장실, 거실.. 문구류, 식기류, 옷, 전자제품 등 뭐 하나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게 없을 정도로.... 난리가 났다. 마당에는 집 안에서 다 걷어내 폐기처리할 물건들이 쌓여있었다. 가면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했었는데-... 필요하면 간단한 청소정도 할 수 있겠다 생각했었는데. 고민이 무색할 정도로 할 일이 많았다. 그리고 청소는... 내가 생각하는 깨끗하게 하는 청소가 아니었다. 그냥 집안 물건 싹 다 밖으로 꺼내 폐기처리하는 일이었다. 이사해보면 알겠지만 한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짐이 필요하다. 하물며 여러 사람이 한 곳에 꽤나 오래 정착해서 살면... 짐이 어마어마하게 쌓인다. 이사할 때는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차근차근 짐을 챙기면 되지만... 오늘은 단시간 내에 진흙으로 가득한 물건들을 밖으로 꺼내야 했다. 하늘도 야속하지 비도 계속 왔다. 바닥은 미끄럽고, 짐은 물+진흙 먹어서 엄청 무겁고. 진흙과 음식 썩은 내가 진동을 해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내가 다 막막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집주인분 얘기를 들어보니 대피할 새도 없이 집에 물이 차올랐다고 한다. 그래서 지붕 위에 올라가서 헬기로 구조됐다고 한다. 구조과정에서 팔 피부 쪽에 찢어진 것 같은 상처가 나서 드레싱을 한 상태였다. 싸이클론 이후에도 꾸준히 비가 왔었는데- 그래서 정리가 더 더딘 것 같다. 이런 얘기를 전해 들었을 때는 그냥... 큰 일이구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직접 다녀와보니 이게... 이게.... ;; 말 그대로 재난이었다.
우리가 뉴질랜드에 막 도착했을 때 오클랜드는 홍수로 집과 차가 물에 잠겼다. 그리고 한 달 정도가 지난 이후 싸이클론으로 인해서 혹스베이에 있는 강이 범람하고, 나무가 꺾이고, 마찬가지로 집과 차가 물에 잠겼다. 기후재난은 특정 누군가의 일이 아니다. 다음 달은 나와 블리가 지내는 공간, 지역이 될 수도 있다. 혹은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곳이 될 수도 있고. 피할 수 없는 재난을 이미 우리는 겪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