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가브리엘이 지나갔다. 밤새 비 퍼 붇고, 바람도 심상치 않았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이게 무슨 일?? 핸드폰이 안 터진다. 데이터 아예 안 터짐. 전화도 안 됨, 문자도 안 됨, 전기도 다 나감 ㅋㅋㅋㅋㄱㅋ 밤 사이 완전 난리가 났다. 호스트네 정원도 완전 풀장개장 해버렸음;; 오마이갓 이게 무슨 일???? 블루베리 피킹은 당연히 없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다행스러운 건 내가 머무는 숙소는 가스레인지여서 밥은 해먹을 수 있었다.... 전기레인지 쓰는 집은 밥도 못 먹는 상태라고...
전기도 없어. 통신도 안 터져. 그러다보니 슈퍼마켓, 마트, 주유소 등 전부 문 닫았다. 당장 결제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인 것 같다. 설상가상으로 헤이스팅스에서 네이피어 넘어가는 다리도 다 물에 잠겨서 통제 했었다. 와우 ;;; 호스트네 아는 사람 중에 네이피어에 사는 사람 있었는데 넘어갈 수가 없어서 그냥 우리 플랫 와서 저녁 먹고 근처 가서 잤다고 함.
아침에 방 창문 열었는데 물이 저 만큼 차 있었다. 집도 무사하고, 차도 무사하고 다행이다.
오후에 비가 약간 잠잠해져서 잠깐 외출했다..(데이터 안 터져서 지도 경로도 하나하나 보면서 이동했다) 헤브록노쓰 넘어가는 길인데 세상에; 도로가 잠겼다. 원래 다니는 차선 아닌 곳으로 이동해야 했다. 허걱쓰 집에만 있다보니 상황이 이렇게 심한 줄은 몰랐다;; 여기저기 통제된 상태여서 잠깐 나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ㅋㅋㅋㄱㅋㅋ 집에 왔는데 할 게 없다. 핸드폰도 안 돼. 인터넷도 안 돼. 전기도 없어... 그래서 보드게임 만들어서 했다. 옛날에 오- 이거 단순해서 만들어서 할 수 있겠는데!?해서 캡쳐해둔 이미지가 있었다. 그거 보고 대충 따라 만들었다. (그래서 판이 실제보다 한 줄 적음) 종이도 없어서 있던 거 재활용했다. 알고보니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쿼리도 였다. 동전을 말로 쓰고, 비타민C 접어가지고 벽으로 썼다ㅋㅋㅋㅋ.. 보드게임 하니까 시간 잘 가더라.. 역시 스마트폰 닝겐.... 스마트폰 없으니 창의성을 발휘하는 경험이었따.... 역시 스마트폰 좀 줄여야 해.
오늘은 내 생일이어서 블리가 오븐으로 케익 만들어줄 예정이었으나- 전기가 나갔기 때문에 모든 게 무산됐다. 밥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 호스트가 냉동실에 있던 초코 브라우니 조각을 두 개 나눠줬다. 이걸로 생일 축하하라고. 초에도 불 붙였다. 조촐하지만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 만다린어 + 영어 + 한국어 로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줬다. 그게 뭐랄까 되게 감동적인 경험이었다ㅜㅜ
저녁은 이렇게 초 두 개 피워놓고 먹었다 ㅋㅋㅋㅋ 옛날 정전 됐을 때 초/후레쉬 키고 있었던 추억 얘기도 했다. 나름 뭐 로맨틱 했다.
방에 가서는 그림자 놀이 했다 ㅋㅋㄱㅋㅋㅋ 토끼도 만들고, 댕댕이도 만들고 ㅋㅋㅋㅋㅋㅋ 일찍 자야지하고 누웠는데 밤 11시 되어갈 때 쯤 불이 뿅하고 들어왔다. 카톡도 확인하고, 페이스북도 확인하고, 부모님께 전화도 하고... 바로 스마트폰 닝겐 일상으로 복귀해버렸다.
고멧 블루베리 피킹 정보도 확인 해봤으나.. 역시 내일도 취소. 언제 피킹 시작할 수 있나 몰라... 그리고 사이클론 때문에 다 떨어졌을 듯;;; 젠장. 하루 체험하고 직종을 바꿔야하는 불상사가 안 생기면 좋겠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