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서 짐을 챙기고 숙소를 나섰다. 오늘은 어디가 됐든 숙소를 잡아야한다. 페이스북에서 헤이스팅스 백패커스 검색해서 나오는 곳에 연락을 돌렸다. 또... 구글 지도에 헤이스팅스 백패커스 혹은 Hastings backpackers 혹은 호스텔을 검색해서- 연락을 싹 돌렸다. 헤이스팅스에서 멀지 않은 네이피어 숙소들도 연락을 돌렸다. 전화도 하고, 문자도 남겼다. 이미 fully라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피킹 시즌이라고 해야할까? 어쨋든 지금 시즌에 괜찮은 숙소를 구하는 게 참 어렵다. 어떤 곳은... 너희가 만약에 라즈베리 농장에서 일할거면 내 농장에 숙소를 제공해주겠다는 얘기도 들었다. 어엇;; 우린 블루베리 딸건데.. 그리고 아직 블리의 IRD 넘버가 안 나왔다. 도대체 언제 나오냐고.... IRD 전화해도 그냥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돌고 돌아 결국 헤이스팅스 에코 롯지로 왔다. 여기를 오전에 제일 먼저 봤었는데- 하루 종일 검색하고 전화를 돌렸지만 볼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사실 숙소가 별로 마음에 안 들었다. 나는 2층 짜리 벙커 침대를 쓰는 게 너무 불편하다. 위에 자든 아래에 자든 함께 자는 사람이 뒤척이면 나도 살짝 깬다. 근데 그게 꽤나 피곤하다. 그래서 트윈룸이나.. 좀 넓은 방을 찾아서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자곤 했다. 하지만 어째 갈 곳이 없는 걸 ㅜㅜㅜㅜㅜ... 가격도 두 명 330/week 였다. 이 정도 금액이면 사실 더 컨디션 좋은 곳으로 갈 수도 있다. 우리가 봤던 해브록에 호스트와 둘이 쓰는 집도 320/week 였고, 어제 머물렀던 곳도 260/week이었다. 심지어 방도 더 넓고 컨디션도 더 좋았다. 또 머무는 사람이 너무 많다. 텐트동 까지 합치면 한 40명 되는 것 같다. 나 같은 I는 그 사실만으로도 기가 쫌 빨린다. 그리고 쫌 안 깔끔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뭐... 다들 방이 찼다는 데 어쩌겠는가- 머물러야지.
그래도 자연자연한 환경인 건 마음에 든다. 우리처럼 숙소에 머무는 사람도 있지만, 이 근방에 텐트치고 캠핑하는 사람도 꽤 있다. 주차 공간도 넓고, 부엌 공간도 넓은 편이다. 특히나 여길 관리하는 호스트 존이 정말 친절하다. 말이 좀 많은 편이라서 기가 조금 빨리긴 하지만 ㅋㅋㅋㅋ... 나는 영어 듣기 연습도 하고 좋다. 목소리도 약간 통화 대기음에서 나는 영어 음성 안내 목소리 같다. 처음에 전화 받았을 때 부재중이니 나중에 전화달라는... 그런 안내 메시지인 줄 알고 블리도 나도 가만히 있었다ㅋㅋㅋㅋㅋㅋ 뭐, 일주일 잘 살아보자!
꽤나 덥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쫌 힘든 날이었지만...... .. . 그래도 친절한 사람들 덕분에 아직 괜찮은 것 같다. 말레이시아 사람이 플랫 구하는데 애용하는 페이스북 그룹도 알려주고-, 그룹에서 연락이 닿은 호스트가 만다린어만 할 줄 아는 상태였는데 2층에서 누가 그거 듣고 자기가 대신 얘기해주겠다고 해서 컨택도 해줬다. 밥 먹으러 간다고 시티 주차하는데... 공간이 안 나와서(사실 차 너비에 대한 감이 없어서) 멘탈 박살;; 키위(추정) 두 분이서 이렇게 핸들 돌리고, 저렇게 핸들 돌리고 해라~ 알려주셔서 주차하는 것도 도와주셨다. 밥 먹으러 가서도 거기 계신 한인 사장님이 우리 얘기 듣고, 근처 플랫이나 백 패커스 알아봐주시려고 하고 추천도 해주시고... ..ㅜㅜ 세상은 참 따뜻한 곳이얌...⭐️
나도 이곳에 잘 정착해서 도움이 필요해보이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너무 감사한 인간들ㅠㅠ
이 플랫을 구하는 모든 과정에 영어로 소통해준 블리가 너무 고맙다. 혼자였으면 이미 한국 갔을 듯;; 이게 영어로 말하는 게 참 어렵다. 아니 사실 듣기가 너무 어렵다..... . 내가 뭘 준비해서 얘기를 해도, 상대방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으니, 자꾸 블리를 찾게 된다. 그러다보니 또 말을 안 하게 되고. 여기서 정착하고, 일 하고, 생활하고, 친구를 만들려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
헤이스팅스 도서관 notice에서 발견한 무료 영어 수업이 있다. 매주 목요일마다 진행되는데 한 두시간 정도 한다. 여기 등록해야겠다. 이렇게 좋은 수업이 있다니 좋아! gogo hye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