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년 09월 03일 일
밖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고 우리는 현재 푸케누이에 위치한 Holiday park에서 지내고 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모든 게 괜찮다. 사서 고생하는 우리들이지만 적어도 이번 지역 이동과 정착은 꽤나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아니?? 거의 완벽했다.
Pukenui로 오면서 우리는 텐트 생활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뉴질랜드에서 지내면서 작성한 가계부를 보면 확실히 집세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차박이나 캠핑을 경험해보고 싶기도 했다. 훗날 남섬 로드트립을 해야 하는데 그때 숙박비가 너무 비싸면 하루 이틀정도는 차박을 할 계획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박을 하기엔… 우리 차가 크지 않다. 짐도 많기 때문에 어딘가에 짐을 둘 곳도 마땅치 않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푸케누이에 머물 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그나마 최선은 4~6인실 도미토리 같은 곳에서 지내는 것이었는데 나는 2층 침대를 정말 싫어한다ㅠㅠ 1층에 자든, 2층에 자든 다른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깨기 때문이다. 으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가🥺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텐트다. 텐트 생활이 너무 끔찍하다? 그러면 캠핑장에 있는 도미토리에서 지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살아봐야 알 수 있기 때문에 한번 살아보기로 했다. 캠핑에 대한 로망도 있었고… 두어 번 차박을 위해 방문했던 캠프 사이트가 나쁘지 않다고 느꼈던 것도 한몫했다. 어쩌면 친구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오클랜드에 머물면서 코리아포스트로 텐트를 구매했다. 럭키~! 마침 적당한 애로 살 수 있었다. 우리 둘 다 캠핑 비기너였기 때문에.. 모든 과정이 우당탕탕 쉽지 않았지만 그 과정이 꽤나 재미있기도 했다. 우리는 코리아포스트에서 4인용 텐트를 샀다. 지금 생각해 보면 5-6인용 텐트를 사도 괜찮았을 것 같다.(하지만 코리아포스트에 4인용 텐트가 중고로 올라와 있었다) 짐도 많고, 거의 집처럼 지내야 하니까.. 만약 2-3인용 텐트 샀으면 당장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ㅋㅋ 캠핑을 위해 오는 길에 웨어하우스에서 랜턴과 방수포 큰 거 두 개 구매했다.(초록색으로 구매했는데 가장 무난한 듯? 파란색은 얇고, 회색은 너무 무거웠을 것 같다) Mitre10에서 튼튼한 로프, 김장 비닐(은 아니고 커다란 비닐임ㅋㅋㅋㅋ) 등등도 구매했다. 이 외에도 테이블과 의자, 침낭, 이불 등등은 차박 할 때 사용하려고 구매했던 게 있었다.
처음으로 설치해본 텐트 사진. 나무 위에서 떨어지는 빗 물이 너무 시끄러워서 대대적인 이사를 해야만 했다.
처음 해보는 거여서 거의 3일 동안은 텐트 설치하고 정리하는데 다 쓴 것 같다 ㅋㅋㅠㅠㅠ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지, 로프는 어떻게 메는지도 잘 몰라서 한참 헤맸다. 하루는 나무 위에서 물이 토도도독 떨어지는 게 너무 시끄러워서 이사를 했다. 바닥 습기 때문에 바닥 공사도 새로 하고. 또 하루는 텐트에 덮어둔 방수포가 너무 펄럭여서 잠을 설쳤다. 요 며칠 날씨가 좋지 않아서 더 꼼꼼하고, 튼튼하게 텐트를 설치할 수 있었다. 아! 한 번은 우리 식재료 박스에 쥐🐁가 들어가있었다!! 하긴 내가 쥐였어도 탐냈을 듯 ㅜ-ㅜㅋㅋㅋㅋ
다행스럽게도 일을 안 하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일 시작 전에 튼! 튼! 한 텐트 완성했다.
+ 텐트가 생각보다 크지 않아서 차 뒷좌석과 트렁크를 활용해서 옷장 겸 사물함으로 대신 쓰고 있다. 차는 내가 설치한 텐트 바로 옆에 세워 두었다. 그래서 비 오는 날에는 텐트 안에서 놀았다가, 차에서 놀다가 그렇게 지내고 있다.
+ 우리가 너무 캠핑 비기너라 팁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 뉴질랜드에서 텐트살이를 계획 중인 분들을 위해 남겨보자면… 우리는 가장 바닥에 김장 비닐을 1차로 깔고 그 위에 초록색 방수포를 하나 깔았다. 그리고 텐트를 설치하고 다시 텐트 안에 방수포를 설치했다. 처음에는 방수포 큰 걸로 사서 비닐+방수포 두 겹으로 하고 그 위에 텐트를 설치했었는데, 텐트 바닥에 습기가 차길래 바꿨다.(훨씬 나음) 그래도 충분하지 않길래 요가매트 깔아서 쓰고 있다. 사람들 보니까 에어매트도 많이 쓰던데 에어매트를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다. 큰 옵샵가면 에어매트와 공기 넣는 것도 많이 팔더라. 싸게 사서 쓰고, 나중에 다시 옵샵에 기부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나눔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그리고 텐트 위쪽으로 튼튼한 로프를 설치해서 방수포를 로프 위에 얹었다. 로프도 종류가 많아서 도대체 뭘 사야 고민하다가 걔 중 꽤나 튼튼한 걸로 샀다. 한 500kg까지 버티는… ??(엄청나군) 그러면 방수포가 1차로 바람과 비를 막아주고, 텐트가 2차로 막아줄 거라 생각했다. (뉴질랜드 제품에 대한 불신도 있었다… 뉴질랜드에서 지내면서 우비와 방수되는 재킷을 구매했었는데 방수? 진짜 코딱지만큼 된다. 비 오고 10분 정도 지나고 나면 홀딱 젖게 된다. 텐트도 방수력(?) 숫자가 낮은 편이길래 혹시나 싶어 방수포를 덮었다. ) 혹시 방수포를 설치할 거라면 캠핑 텐트 칠 때 쓰는 고정용 핀? ㄱ자로 생긴 걸 한 묶음 구매하면 좋을 듯하다. 방수포도 줄로 묶어주거나 ㄱ자 고정핀으로(이름도 뭔지 모르겠다… ㅋㅋㅋㅋ) 고정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캠핑장에 자리 잡을 때 잔디밭에 길을 잃은 ㄱ자 고정 핀이 여러 개 숨어있어서 걔네 주워서 사용 중이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장 볼 수 있는 수퍼마켓이 단 1개 있다. 4스퀘어라고 뉴질랜드에서 종종 본 브랜드인데-(따봉하고 있는 캐릭터가 참 인상적이다) 다른 대형 마트에 비해서 확실히 작다. 가격도 조금 더 비싼 편이다. 그래도 웬만한 건 다 있어서 앞으로 장은 여기서 보게 될 것 같다.
문제는 주유다. 근처에 간이 주유소가 하나 있긴 하다. 정말 간이 주유소이다. 셀프인 건 당연하고. 커다란 주유 탱크와 주유기 한 대 놓여 있다. 우리 차는 고급 휘발유…(95)를 먹여야 하는데 여기는 일반 휘발유(91)만 주유할 수 있다ㅠㅠㅠㅠ 출퇴근하려면 자차가 필수인데.. 기름 떨어질 때쯤 강제로 다른 동네에 가야 한다. 가서 주유도 하고 장도 보고 오고 할 예정이다.
만약 일을 하지 않고 캠핑사이트에 머물려면 인당 18뉴달(둘이서 36뉴달)이다. 일주일에 252뉴달. 한 달에 20만원 정도 된다. 텐트에 살든, 캠핑카에 살든 비용은 같다. 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푸케누이 근처 농장에서 일을 하면 더 싸게 살 수 있다. 주 단위로 인당 85뉴달이다. 홀리몰리 그럼 170뉴달이다. 그럼 한화 13만원 정도다. 와…. 한 달에 55만원이 안된다. 헤이스팅스나 뉴질랜드에서는 100만원 넘게 냈었는데;; 심지어 전기세나 수도세는 안내도 된다. 캠프 사이트에서 살면 이렇게나 돈이 세이브된다… 이래서 사람들이 캠핑카에 많이 사는구나 싶군;;
캠프사이트는 생각보다 아담하다. 머무는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고, 대체로 자기 캠핑카가 있기 때문에(추측)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아직 본격적인 시즌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부엌은 윗 동네, 아랫동네 2곳이 있다. 샤워실도 성별마다 4개씩만 있다. 텅텅 비어 있을 때가 많다. 꽤나 깨끗한 곳이다.
+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사람이 꽤나 붐비는 중
시골이어서 그런지 자연경관은 좋다. 하늘도 너무 예쁘다☁️ 한번은 차 트렁크에 앉아 성공적인 정착을 기념하며 축배를 드는데 아주 커다란 달이 떴다. 알고 보니 슈퍼문이었다!!! 지나가는 이웃집 아저씨가 로맨틱하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도시에선 잘 보지 못했던 새들이 다양하게 찾아온다. 우리 집 앞에 있는 큰 나무에 맨날 앉아 있는 애들도 있다. 아참! 별도 정말 개 많이 보인다.. 오클랜드에서 날 좋은 때에 굳이 굳이 별구경 갔었는데 여기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별이 훨씬 많다.
+ 캠핑장 입구에서 만난 꼬리 춤추는 팬테일! 너무 귀여오요☺️
단점은 캠프사이트에 와이파이를 쓰려면 돈을 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와이파이가 비싼 편이라는 저; 개 비싸다. 차라리 핸드폰 요금제 빵빵한 거 쓰는 게 훨씬 낫다 핸드폰은 잘 터진다(고 생각했으나 데이터가 잘 안 터진다ㅎㅎ). 우리는 그냥 싼 요금제 쓰고 핸드폰 사용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보기로 했다. 유튜브와 쇼츠에 찌든 현대인…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하다. 뭐 어쨌든 그래서 이 글도 한참 뒤에나 어딘가에서, 와이파이 쓸 수 있을 때 올라갈 예정이다. ^.~ 아마 어딘가의 도서관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