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피킹 첫날!!! 플랫 메이트들은 6시 30분까지, 우리는 7시까지 도착하는 게 목표였다. 6시 20분쯤 일어나서 아침밥 먹고, 도시락 챙겨서 피킹 하러 출발 ㄱㄱ 뭔가... 설레서 알람 울리기 전 훨씬 일찍 일어났다ㅋㅋㅋㅋㅋ 그냥 일어나서 피곤하면... 블루베리 따다가 쓰러질 수도 있기 때문에 시간 될 때까지 최대한 눈 감고 쉬었다.
도착해서 남들 하는 거 눈치 보면서 하라는대로 했다. 발판 챙기고, 블루베리 덮어 줄 보냉 뽁뽁이(?) 챙기고 목에 거는 통을 챙겼다. 통은 네모난 걸 챙겼는데- 이게 동그란 통 보다 작아서 나을 거라 생각했으나- 네모난 통은 목에 거는 거고 동그란 통은 가방처럼 메는 거다. 음... 뭔가 줄을 계속 매고 있으니까 목이 불편한 걸 보니 동그란 통이 낫나 싶기도 하다. 내일은 동그란 통 메고 피킹해 볼 예정!
챙기고 밴에 탔다. 오... 정말 오래된 차다. 뭐 농장 안에 15-20km 속도로만 달리는 거여서 별 상관은 없을 듯! 자리에 앉았는데 뭔가 내 자리에서 나무판을 무릎 위에 올렸을 때 양 옆 나무 판에 닿는 부분이 크게 찢어져 있었다ㅋㅋㅋㅋ 이건 100% 나무판에 찢긴 자국이다 싶었음.
밴 타고 조금 이동해서 드디어 블루베리 따는 곳 도착했다. 각자 트롤리에, 블루베리 담을 바구니 챙김. 그리고 가벼운 설명을 들었다. 뭐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라고 했는데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몰라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눈치껏 따라 하지 모... (어디까지 가는지, 되돌아오는 건지 등등 물어봤어야 했다)
각자 개별로 라인을 정해줬다. 라인을 따라 블루베리를 따면 된다. 블루베리 따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냥 손으로 똑똑 해주면 블루베리 따짐. 에... 근데 블루베리가 다들 나무 꼭대기에 있다. 원래 그런 건가 싶어서 그냥 땄다. 뭐 나한텐 비교할 데이터가 없었다. 5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맞은편에서 어떤 사람이 나왔다. 여기 블루베리 없어서 못 따겠다고. 나에게 지나가겠다고 얘기하고 휭 가버렸다. 오잉 그렇군. 근데 저기 나무 꼭대기에 블루베리 있는데???(그게 없는 것이었따..) 음... 잘 모르겠으니까 일단 따자! 나는 계속계속 블루베리를 땄다. 저 나무 높은 곳에 손을 뻗어가며... ... 진짜 열심히 땄다. 한 시간 반 정도 그렇게 열심히 땄다. 목표량은 네모난 통 4번 채우는 거였는데- 한 시간 반 넘게 걸렸다. 계속 따는데 어떤 사람이 와서 여기 아니라고... 돌아가야 한다고 얘기해 줬다. 오잉ㅜㅜ 나는 오늘 처음이라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잘 설명해 줬다(하지만 이해 못 함) 알고 보니 한 사람은 반대쪽에서 나오고, 한 사람은 입구 쪽에서 들어가면서 블루베리를 따다가 만나면 그냥 나오는 거다. 그럼 그 라인은 다 딴 거다ㅋㅋ 서로 한참 따다가 중간에서 만나는 건데... 나는 반대편 사람이 5분 만에 그냥 휙 가버려서 뭐 만나지도 못하고, 길도 안 끝나고 그냥 계속 노쉬봐킵고잉했던 것ㅜㅜㅜㅜㅜㅜㅜㅜㅜㅋㅋㅋ 심지어 혼자 남겨짐. 같이 빨간 리본 매고 왔던 사람들, 블리는 30분 전에 이미 딴 코너 가고 없음;;; 진짜 그때 멘탈 나갔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누구한테 말해야 하는지, 나는 무얼 해야 하는지 몰랐다ㅋㅋㅋㅋㅜㅜ 블리에게 전화했으나- 블리도.... 자기가 딴 블루베리 무게 재고, 슈퍼바이저하고 소통한다고 바빴다ㅠㅠ... 멘탈 간신히 부여잡고 나가서 얘기했다. 나 처음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니까 무게 재고 가는 길도 알려줬다.... ... 어쨌든 길 쭈욱 따라가서 내려가면 다음 코너로 갈 수 있다고. 잘못 이해해서 다시 블루베리 나무 숲으로 들어가서 반대쪽 길까지 가려고 했다 ㅋㅋㅋㅋ 그분이 거기 아니라고 따라오라고 해서 길도 안내해 줬다. 고마워요!
와... 아까 거긴.... 진짜 없는 라인이었다는 걸 깨달으며-그렇게 새로운 라인을 배정받아서 블루베리를 따기 시작했다.
뭔가... 뭔가..... 고인물 스러운 사람이 내 바로 앞에 있었다. 나는 왼쪽 나무, 그분은 오른쪽 나무를 따면 됐다. 그분은... 반 팔, 반 바지에... 주변 사람들에게 다 들리게 노래를 틀어놓고, 따라 부르며 블루베리를 땄다. 블루베리 따는 상자도 3-4개씩 쌓여있었다. 그 위에 발판 얹고 올라가서 손으로 나무들 챱챱 잡아서 자기 시야까지 땡겨 온 뒤 재빠르게 블루베리를 훑어 내렸다. 이게 따도 되는 남색 블루베리와 따도 버려야 하는 그린+레드 블루베리가 있는데 그것도 그냥 대충 쓸어와서 한 번에 골라내더라. 나는 하나하나 골라냈었는데ㅋㅋㅋㅋㅋ 바로 따라 했다. 블루베리 따는 상자 위에다가 나무 발 판 놓고 그 위에 올라섰다. 와... 시야가 달라짐. 첫 레인에서 블루베리 따면서 이거 거북목 무조건 고치겠는데?? 근데 이거 반대로 꺾이면 어쩌지 생각했었는데- 그냥 내가 잘 못해서 그런 거였다. 발 판 밟고 올라선 뒤 나무 챱챱 끌고 와서 블루베리 챡챡 따면 이게 고개를 그다지 많이 들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었다!!!!!!! 나는 아직 초보여서 그런지 나무 잡다가 장갑도 하나 찢어먹었다. 바로 교체!! (아참 고멧에서 라텍스 장갑은 준다)
아까 레인 한 시간 반 걸려서 3.94kg 땄었는데, 이번 레인에선 한 시간 만에 3.88kg 땄다. 장족의 발전이었다ㅜㅜ
여기서 반전은 개고인물 일 줄 알았던 분은... 알고 보니 레드리본(뉴비)이었다ㅋㅋㅋㅋ 블루베리 잘 따면 레드리본에서 다른 리본으로 레벨업한당... 저분은 다른 곳에서도 해본 건강.. 정말 고인물 포스였는데 ㅎㅎㅎ..
참 열심히 땄다. 나중엔 속도가 붙어서 훨씬 빨라졌다. 여유도 생겨서 블루베리 모아놓은 거 사진도 한 장 찍었다.
점심 먹고 간 라인은... 블루베리가 그냥 진짜 왕 많았다. 물론 사진에 얘네는 다 안 익어서 못 땀. 근데 첫 라인은 쟤네도 없었다고ㅜㅜ 거긴 정말 다 딴 곳이었나보다.... 사람들이 따지 못한(혹은 안 딴)... 나무 꼭대기에 있던 블루베리를 참 열심히도 땄다.
주렁주렁 열린 블루베리... 마치 포도 같다. 이건 보자마자 엇!@#!$ 저건 따야해!@#!!!하면서 따려다가 멈칫하고 사진으로 남겼다ㅎㅎ 이것보다 더 실한 애들도 종종 있었는데... ... 도저히 사진 찍을 정신이 없었다. 흥분 x10 해서 바로 땄음 ㅋㅋㅋ 누가 채갈 수도 없는데 왜 그리 마음이 급했는지 모르겠다.
블루베리 한창 따다가 새 둥지 발견!!!! 너희는 도대체 여기 어떻게 집을 지었니!!!!!? 관리자들이 가만 안 둘 텐데....ㅜㅜ 돈 주는 사장님에겐 미안하지만 모른 척하고 지나갔다. 심지어 둥지 주변에는 블루베리도 별로 안 땄다. 분명 내 앞에 몇 사람이 여기 나무 훑고 지나갔는데... 다들 일부러 그냥 모른 척하고 지나간 것 같다. 얘네가 여기서 잘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블루베리 따면서 째끔 빨간색 섞여서 버려야 하는 거, 물러져서 버려야 하는 거.. 그런 거 대충 손으로 슥 닦고 입에 넣었다ㅋㅋ 다들 좋은 거 자기 입에 넣는다던데 첫날이라 그런가... 좋은 거 입에 넣기가 너무 아깝더라. 근데 이거 그냥 입에 넣으면 안 될 것 같은데... 블루베리 따는 동안 벌레?를 거의 못 봤다. 나는 한 번도 못 봤다. 이렇게 나무와 흙과 물과 열매가 한가득인데 그럴 수가 있나??? 아무래도... 살충제를 쳐서 그런 게 아닐까? 뭐 성장 촉진제나 병 걸리지 않게 약도 쳤을 것 같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ㅋㅋ쿠ㅜㅜㅜ 목도 타고, 배도 고픈데 달고 맛있는 블루베리가 있는데 안 먹을 수가 없었다. 흠; 다음에는 몇 개 집어놨다가 씻어 먹장!
하루종일 해서 블리는 20.41kg, 나는 20.73kg 땄다ㅋㅋㅋㅋㅋㅋ 1kg당 4뉴달정도 준다. 80뉴달!? 64,000원이다.... 하지만 다행인 건 최저시급 받는 거보다 적게 따면.... 최저시급 준다. 정확한 시간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딴 거에 비해 돈은 거의 두 배 받는 듯? 진짜... 최저 넘겨서 돈 버는 사람들 대단해.... 하지만 조금 경험 있는 사람은 다 그런 듯...ㅎㅎㅎㅎ
우리 플랫에 함께 사는 말레이시아 사람 3명도 오늘 블루베리 피킹을 개시했다. 20~27kg 사이로 땄다. 까탈스러운 우리 호스트도 블루베리 피킹을 한다. (거의 뭐 고멧 블루베리 기숙사다 ㅋㅋㅋㅋ) 호스트는 35kg 넘게 땄다ㅋㅋ 우리보다 늦게 가고, 우리 보다 일찍 집에 왔으나... 경력은 무시 못한다. 호스트가 깨알 자랑하길래 따봉따봉 날려줬다.
발이 조금 아프긴 하지만 재미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땄다. 제주 고사리 따는 그런... 채집의 재미가 있다.zzz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