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비가 왕창 와서 그런지 날이 참 맑다! 어제 비가 너무 많이 + 옆으로 와서 개고생 했었는데.... 우린 뉴질랜드에서 처음 맞이한 비 오는 날이었기 때문에 원래- 이렇게 비가 오나보다 생각했었다. 많이 + 옆으로. 근데 알고보니 정부에서 재난 위기상태 선포를 할 정도로 비가 많이 온 날 이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우리가 머무는 숙소엔 큰 피해가 없었다. 우리 숙소가 조금 지대가 높은 곳에 있어서 괜찮았던 것 같다.
차량과 버스가 침수 된 건 물론이고, 오클랜드 공항과 마트도 물에 잠겼다. 4명 사망/실종 상태라고 한다... 유튜브엔 한국 부산에 살얼음이 꼈다는 뉴스가 떴다. 내 인생 살면서 부산 바닷가에 얼음이 생겼다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이게 진정;;; 기후위기구만...
Western Springs Lakeside Park
날이 좋아서 집 근처에 있는 Western Springs Lakeside Park에 산책 겸 다녀왔다. 호수가 있는 예쁜 공원이었다. 호수를 따라 한 바퀴 돌다가 공원 말미에 있는... 넓은 벌판에 정-말 많은 쓰레기가 널부러져 있었다. 않이 이렇게 많은 쓰레기가 다 어디서 온 거지!?!! 추측컨대 이번 물난리로 호수 범람했고, 여기저기 곳곳에 있던? 혹은 하수구에서? 정화조에서? 쓰레기 통에 있던? 쓰레기가 다 쓸려온 것 같았다. 악취도 나고.
블리와 함께 공원을 걷는데 커다란 검은 봉투를 들고 쓰레기를 줍고 있는 한 가족을 만났다... ㅇ.. 우리는 기꺼이 쓰레기 줍기에 동참했다. 다행스럽게도 여분의 장갑이 있어서 장갑을 받을 수 있었다. 키위로 추정되는 다른 분도 지나가시다가 합류했다. 거의 한 시간 가량 근처를 돌면서 쓰레기를 주웠다. 돌면서라기엔... 쓰레기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한참 줍고 한 발자국 떼고, 한참 줍고 한 발자국 떼고하는 식이었다.
뭐랄까... 정말 많은 생각이 드는 급작스러운 쓰레기 줍기 활동이었다. 이 많은 쓰레기들이 어디서 왔을까.. 왜 이렇게 물 티슈가 많을까(정화조에서 넘친 것 같다고 생각한 이유였다) 그래.... 맞아... 이 쓰레기들 전부 내가 일상 속에서 쓰던건데!! 나는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만들며 살고 있는거지? 내가 여기 있는 쓰레기 열심히 주워봤자, 결국 다른 곳에 가서 묻히거나 태울텐데! 결국 돌고 돌아 똑같은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거 아닌가? 역시 쓰레기를 줄여야하는데... 하는 생각으로 속죄의 시간을 가졌다.
이런 생각도 했다. 여기 쓰레기가 많이 휩쓸려온 건, 사람들이 제대로 안 버린 게 문제라기 보다는 재해라고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이 상황에 대비하지 못한 시스템을 문제 삼아야하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괜찮은가??? 개인이 아무리 일상 쓰레기를 줄이고, 잘 버리더라도 시스템이 문제를 갖고 있다면 결국 무의미 해지는건가? 생각이 여기까지 왔을 때 한국에서 환경 관련 유튜브 댓글에서 많이 보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무리 개인이 분리배출 잘하면 뭐하냐고. 씻어서 말리고 나눠서 버리면 뭐하냐고. 그 이후에 제대로 재활용 안 되면, 국가나 기업이 안 바뀌면 소용없지 않냐고.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게 무의미하냐?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다. 사람들이 왜, 어떻게 국가나 기업이 안 바뀌면 소용없지 않냐고 얘기를 하게 되었을까? 그건 아무래도 관심을 갖고, 본인이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실천하기 때문이다. 내가 한 노력들이 시스템에 의해서 무의미해지는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문제 삼고, 잘못됐다고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만약 집에서 분리배출하는 노력을, 수고를 들이지 않는다면? 환경단체/시민단체/정부부서 등에서 해야한다고 캠페인을 벌이지 않았다면?? 환경 문제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었을지 모른다. 기업과 정부 혹은 환경을 위한 어떤 시스템이 잘 돌아간다면야 문제가 없지만... 문제가 생기면? 이게 문제가 있다고 인지도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그렇기 때문에 개인이 실천해야한다는 말, 작지만 실천하는 행동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길 근처에 있는 벌판은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으나- 안 쪽은 손도 하나도 못 댔다.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쓰레기량도 아니었고, 비 온 다음 날이었기 때문에 바닥이 너무 질었다. 심지어 우리는 어제 운동화가 다 젖었기 때문에 슬리퍼를 신고 나온 상태였다 ! 엄청 많은 쓰레기를 두고 숙소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남은 쓰레기가 마음에 걸렸지만 우리는 내일 오전에 헤이스팅스로 떠나야한다...
Western Springs Lakeside Parke는 아주 아름다운 곳이었다. 공원도 잘 조성되어있고, 호수에 사는 생물도 많고, 새 들도 많았다. 아름다운 공원 사진 몇 장 남겨본다.
+ 먹을 거 주면 안 된다. 경고문 오질라게 붙어있는데ㅜㅜㅜㅜㅜ 닝겐들.. 어그로 끈다고- 빵 조각 던져주고, 먹을 거 주고... .. .
오늘은 날이 좋았지만ㅜㅜ 내일은 또 다시 아침부터 계속 비가 온다고 한다. 내일 헤이스팅스 이동하는 것도 곤란하고... 사람들 아직 물난리 난 거 정리도 다 못 했을텐데... 내일 비가 아주 조금만 오면 좋겠다. 안 오면 더 좋고:0..